[여의도풍향계] 김남국 징계안 시동…'유명무실 오명' 윤리특위 시험대
[앵커]
'코인 논란'을 일으킨 김남국 의원에 대한 국회 윤리특위 징계 절차가 시작됐습니다.
21대 국회 들어 여야 의원 징계안은 30여건이나 올라왔지만 제대로 처리된 적은 한건도 없었는데요.
'유명무실' 비판을 받아온 윤리특위가 이번엔 결론을 낼 수 있을까요.
장윤희 기자가 이번주 여의도풍향계에서 짚어봤습니다.
[기자]
말 많고, 탈 많았던 김남국 의원에 대한 징계 논의가 드디어 시작됐습니다.
지난달 5일 언론 보도를 통해 거액의 가상자산 거래 의혹이 불거진 이후, 25일만에 국회 윤리특위 전체회의에 상정된 것입니다.
국민의힘에 이어 민주당도 부정적 여론에 밀려 김 의원을 뒤늦게 제소하면서 논의에 탄력이 붙었습니다.
국회 윤리특위는 징계를 심사하기 전 자문위원들의 의견을 청취해야 합니다.
최장 60일인 자문위 활동 기간을 놓고 여야 간 이견을 보이기도 했지만, 한 달의 시한을 줘 오는 29일까지 자문위 의견을 최대한 빨리 받기로 했습니다.
"위원장님께서 기간 설정을 최소화하는 선으로 회의 진행을 부탁드립니다."
김 의원과 '한 식구'였던 민주당도 이번 징계안만큼은 빠른 진행을 촉구했습니다.
"국회가 빠르게 결정을 할 수 있도록 그런 노력을 우리 같이 해야될 것 같습니다."
윤리특위는 김 의원을 출석시켜 소명을 듣기로 했습니다.
강제로 부르긴 어려운 것 아니냐는 지적에 민주당 소속 윤리특위 위원장은 이렇게 답했습니다.
"출석해서 소명할 것을 요청했는데 출석을 거부했다는 그런 경우에는 상당히 징계 수위가 높아질 것입니다."
국회 징계 절차가 시작된 이튿날 김 의원은 잠행 17일만에 국회에 나와 입장을 다음처럼 밝혔습니다.
"윤리특별위원회에서 결정한 절차에 따라서 성실하게 소명을 할 계획입니다. (혹시 자진 사퇴할 계획은?) 여기까지 하시죠."
이에 이번달 중 자문위 의견이 나온 뒤인, 이르면 다음달 윤리특위에서 김 의원의 징계 수위가 결정돼 본회의 표결에 부쳐질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김 의원은 어떤 징계를 받게 될까요.
국회의원 징계에는 총 4단계가 있습니다.
공개회의에서의 경고와 사과, 30일 이내 또는 최대 90일의 출석정지, 그리고 가장 높은 단계인 제명입니다.
의원직 신분을 잃는 제명까지 하려면 재적 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라는 까다로운 조건이 충족돼야 합니다.
하지만 윤리특위가 국회의원 징계안을 결정해 본회의 표결까지 올린 경우는 극히 드뭅니다.
본회의에 올라간 가장 최근의 징계안 사례를 찾으려면 무려 12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합니다.
지난 2011년 한나라당을 탈당한 강용석 전 의원은 성희롱 발언 문제로 윤리특위 제명 조치를 받고, 본회의 표결에 부쳐졌습니다.
이마저도 제명안은 부결됐습니다.
2015년 심학봉 전 새누리당 의원은 성폭행 의혹으로 제명안 표결을 앞두고 사직서를 제출해 제명안이 아닌 사직안이 본회의에서 가결됐습니다.
나머지 안건은 대부분 국회 윤리특위 심사과정에서 흐지부지되거나 회기 종료와 함께 폐기됐습니다.
국회 윤리특위 구성상, 동료 의원들을 징계해야 한다는 부담 때문에 '제 식구 감싸기'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비판이 나오는데요.
자기 당 소속 의원들을 제명시켜버리면 당으로서는 의석을 잃게 되니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는 한계도 존재합니다.
이 때문에 '징계안 제출'은 실제 징계 목적이 아니라 상대 정당에 맞대응하기 위한 공세 수단으로 전락해버린 모습입니다.
어차피 징계안 논의가 흐지부지 될테니, 일단 '제소하고 보자'는 보여주기식 제소만 남발되는 원인이 되는 것입니다.
최근 들어 여야 대립이 격화하면서 사과나 해명, 정치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까지 제소하는 일이 급증했습니다.
21대 국회에서 윤리특위에 넘겨진 징계안 37건 중 대다수가 비하 발언, 막말 등 '국회의원의 품위유지 의무'와 관련된 것도 특징입니다.
'국회의 품격을 심각하게 훼손' '국회의원으로서의 자질과 윤리의식을 의심' '국민의 대표자로서 품위를 지켜야 함' 등이 제소 사유인데요.
하지만 '품위유지'란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징계 대상자의 승복은 물론 윤리특위 여야 의원들도 판단이 어려울 수밖에 없습니다.
또한 징계 수위가 다양하지 않은 점도 윤리특위의 결정을 지연하게 만드는 요인이란 지적도 있습니다.
그간 윤리특위는 '제소'만 있을 뿐 '결론'이 없다는 비판을 받아왔습니다.
다만 이번 김남국 의원 건만큼은 워낙 관심도가 커 여야는 최대한 빨리 결론을 내기로 합의한 상황입니다.
현재 국민의힘은 김 의원 제명을 촉구하고 있고, 민주당내에서는 김 의원이 징계 전에 자진 사퇴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본회의에 의원직 제명 징계안이 올라갈 경우 그 성사 여부는 온전히 거대 의석을 지닌 민주당 의지에 달려 있습니다.
국회가 이번에는 '유명무실 윤리특위'의 꼬리표를 어떻게 떼어낼 지, 지켜볼 일입니다.
지금까지 여의도풍향계였습니다. (eg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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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 김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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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고 장윤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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